롱후산은 중국 장시성 잉탄에 위치한 산이며, 천사도(天师道, 정일도(正一道))의 본거지로 중국 도교(道敎)의 발원지 중 하나이다. 약 1900년 전인 한(汉)나라 시기에 도교의 시조인 장도릉(张道陵)이 이곳에서 수련을 하면서 도교(道敎)의 기초를 마련했고, 이 때부터 도교는 중국 종교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루시허[泸溪河]의 양쪽 연안에는 룽후산[龙虎山]의 기암괴석들이 펼쳐진다. 주요 명소로는 셴수이옌[仙水岩], 잉톈산[应天山], 상칭전[上清镇], 샹비산국가지질공원[象鼻山国家地质公园], 정이관[正一观] 등이 있다.
일행은 사한천사부와 상청궁을 방문하였다. 사한천사부의 유래는 장도릉(張道陵)이 용호산에서 수련하여 도를 얻은 후, 4대 천사(天師: 장도릉의 계승자) 장성(張盛)이 용호산 천사부(天師府)에 이주하여 도교를 전파하였다는 설과 24대 천사 장정수(張正隨)가 용호산에서 도교를 전파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 두 가지가 있다. 간담회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다만 흥미로운 것은 사한천사부 관계자가 정일도의 정통 맥을 이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63대 천사 장은부(張恩溥)가 1927년 정부로부터 천사의 칭호를 박탈당하고 용호산에서 쫓겨나 대만으로 이주하여 그 정통이 대만에서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사한천사부에서는 당시 장천사는 쫓겨났으나 장천사 옆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실무자인 왕 씨와 진 씨 두 법관이 남아있었기에 이곳에서 정통 맥을 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사한천사부를 재건할 수 있었던 것도 두 법관 덕분에 가능했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이었다. 중화민국 시대에 용호산에서는 “멸해도 멸하지 않고 끊으려 해도 끊기지 않는 63대”라는 예언이 있었다고 한다. 무시할 수 없는 예언이 되고 말았다. 어찌 되었든 장도릉의 후예들은 약 1,800년 동안 용호산을 지키고 있으며, 산동(山東)의 공자(孔子) 일족에 버금가는 명문 세가로 “남쪽은 장씨, 북방은 공씨(南張北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우리 일행은 잠시 사한사천부를 둘러보았다. 옥황상제를 모신 옥황전(玉皇殿), 명나라 때 지어진 삼성당(三省堂), 역대 천사들이 마시거나 단약(丹藥)을 만들 때 애용했다는 우물 영천정(靈泉井)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곳에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뇌조전(雷組殿)을 구경하였다.
다음으로 간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의 상청궁(上淸宮)이었다. 이곳은 아홉 마리의 용이 모인다는 명당이다. 아홉의 용은 상청궁을 둘러싸고 있는 천문산(天門山), 태산(台山), 오검산(烏劍山), 사자산(獅子山), 충천봉(沖天峰), 응천산(應天山), 서화산(西華山), 오귀산(烏龜山), 성정산(聖井山)을 말한다. 1113년에 상청정일궁(上清正一宮)이라는 명칭을 얻었으나 줄여서 상청궁(上淸宮) 또는 대상청궁(大上淸宮)이라 부른다. 1687년 청나라 강희황제가 하사한 “大上淸宮” 편액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불행하게도 1930년 큰 화재가 발생하여 복지문(福地門), 하마정(下馬亭), 오조문(午朝門), 종루(鍾樓), 동은원(東隱院)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실되었다. 다행히 부분적으로 복원공사가 진행되었다가 유물이 발굴되어 보류 중이다.
복마전(伏魔殿)은 장도릉이 108요괴를 가둬둔 곳으로 전설에 따르면 장도릉이 도교를 창시할 때 마귀라고 부르는 수많은 이교의 수령들을 제압하여 이곳에 가두었다고 한다. 복마전은 붉은 벽에 가로 세 칸의 작은 건물이며 문에는 봉인지(封印紙)가 아직도 붙어있었다. 내부에는 장도릉의 소상 중앙에 봉인된 석정(石井)이 한 개 있었다. 석정은 무거운 돌로 막혀 있고, 한쪽에는 돌거북 비석이 보였다. 복마전을 알게 된 것은 『수호전(水滸傳)』 1편을 통해서다. 책에서 보고 상상했었던 곳을 직접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수호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북송(北宋) 인종(仁宗, 1010-1063) 때 온 나라에 역병이 돌자 인종은 용호산에 사는 장천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관리인 홍태위(洪太尉)를 보냈다. 홍태위는 장천사가 외출한 사이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복마전 이야기를 듣고, 요상한 이야기로 어리석은 백성을 속인다고 크게 분노하며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마귀를 가둬둔 봉인을 파괴하였다. 그러자 갇혀있던 108요괴들이 풀려났는데, 이들이 『수호전』의 108인이라는 내용이다. 『수호전』은 중국 소설 중에서 농민 봉기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소설이다. 그래서 민중에게는 108명의 주인공이 영웅호걸로 칭송의 대상이나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폭동을 일으킨 요괴와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전설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다음은 마지막 도교 사원인 정일관에 들렀다. 전해오는 바로는 장도릉 천사가 단약을 만들고 도를 닦던 곳이라 한다. 명(明) 가정(嘉靖) 32년(1553년) 제49대 천사인 장영서(張永緒)가 중건하면서 이곳이 도교 정일파(正一派)의 본원임을 뜻하기 위해 “정일관(正一觀)”이라 명명하였다. 안타깝게도 1947년 화재로 없어졌다가 2000년에 다시 지었다. 장도릉과 그의 제자들을 모신 조사전(祖師殿)과 노군각(老君閣)을 관람하고 오후에 용호산 잔도(棧道)를 산행할 팀과 자유시간을 가질 팀으로 나눠 시간을 보낸 후 저녁에 강서성 도교협회가 주관한 만찬회를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신상미, 「제7회 동아시아 인문포럼을 다녀와서」, ≪대순회보≫ 187 (2016)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