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관련 글 : 「대순진리회의 성지 바로보기」, 대순회보 83호(2008)
상제님의 생가나 통사동 재실, 무극도장 터 등은 분명 그때에는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러나 배도자가 훔쳐가 버린 둔궤에 대해 도주님께서 “그 시기의 도수에 쓰였으면 족하니라.”(교운 2장 20절)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 공간들도 그 쓰임이 다한 후에는 즉 도수가 다 찬 후에는 성지로서의 생명력을 다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장소들은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현재진행형의 의미를 내포하는 성지(聖地)라는 용어를 쓰는 것보다는, 성적지(聖蹟地)라는 용어를 별도로 제정하여 성스러웠던 공간이라는 과거완료형의 의미를 부여하여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대순진리회의 성지 바로보기
상제님께서 천지대도(天地大道)를 여신 대원사(大院寺) 및 천지공사를 보시던 여러 곳, 그리고 폐허로 변해버린 무극도장 터에 이르기까지 성지(聖地)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실제 성지로 대접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장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매우 많다. 도대체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경기도 군포에 있는 수리사(修理寺)의 사례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수리사는 도전님께서 1968년경에 49일간 머무시며 공부하셨던 곳이어서, 우리 종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성지로 생각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런데 수도인들이 수리사에 방문하는 일이 종종 있자 이를 아신 도전님께서는 수리사에 갈 필요가 없다는 분부를 내리셨다. 거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대순진리회에서의 성지는 일반적인 개념의 성지와는 분명 어떤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대순진리회의 성지는 영대(靈臺)가 있는 도장(道場)이다
(가) 도장(道場)은 성역(聖域)으로서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하여야 한다.(82. 3. 7)
도전님 분부에서 알 수 있듯이 도장(道場)이 바로 성역(聖域) 곧 성지이다. 도장에 있는 많은 건물들 중에서도 가장 신성시되는 곳은 영대(靈臺)이다. 영대는 상제님을 비롯한 15신위(神位)가 모셔져 있는 곳으로서 대순진리회 최대의 성역으로 꼽힌다. 누구든 영대에 들어갈 때는 한복을 갖춰 입고 허리를 굽히는 국궁(鞠躬)의 예를 취해야 하며, 영대 앞에서도 항상 최경(最敬)·지성지경(至誠至敬)의 자세를 견지(堅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이 영대에 상제님과 천지신명이 계시고 이로부터 성스러움이 발현(發顯)되기 때문에 도장은 성스러운 공간 즉 성지로 규정된다.
도장이 성지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무릇 성지에는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도장의 중심이 영대이고 영대에서는 지성지경(至誠至敬)한 자세를 가져야 함을 생각해본다면, 대순진리회에 있어서의 성스러움은 15신위(神位)로 설명되는 상제님을 비롯한 제(諸) 신명들의 존재에서 나옴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대순진리회의 성지로 규정되기 위해서는 상제님 등 제(諸) 신명들이 기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성지와 성적지(聖蹟地) 구분 문제
지금 남아있는 통사동 재실이나 무극도장 터 등 옛날 공사 보셨던 터는 건물이 거의 다 무너지고 곧 쓰러질 것 같이 위태위태한 모습들이다. 상제님의 생가도 옛날 본래의 집은 사라지고 없고 새로 지어진 두 채의 건물만이 초라하게 서 있을 뿐이다. 상제님께서는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교법 3장 2절)고 말씀하신 바 있다. 따라서 이런 장소들은 오래 전에 신명들이 떠나버려 텅 빈 공간이 되어버렸고 그에 따라 쇠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상제님의 생가나 통사동 재실, 무극도장 터 등은 분명 그때에는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러나 배도자가 훔쳐가 버린 둔궤에 대해 도주님께서 “그 시기의 도수에 쓰였으면 족하니라.”(교운 2장 20절)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 공간들도 그 쓰임이 다한 후에는 즉 도수가 다 찬 후에는 성지로서의 생명력을 다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장소들은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현재진행형의 의미를 내포하는 성지(聖地)라는 용어를 쓰는 것보다는, 성적지(聖蹟地)라는 용어를 별도로 제정하여 성스러웠던 공간이라는 과거완료형의 의미를 부여하여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