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 도주께서 공부실을 정결히 하고 정화수 한 그릇을 받들고 밤낮으로 그 주문을 송독하셨도다. 그러던 어느 날 “왜 조선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태인에 가서 나를 찾으라.”는 명을 받으시니 이때 도주께서 이국땅 만주 봉천에 계셨도다. (교운 2장 8절)
그리하여 도주께서 정사년 四월에 친계 가족을 거느리고 만주를 떠나 뱃길로 태인으로 향하셨던바 도중에 폭풍을 맞아 배는 서산 태안에 닿으니라. 이곳을 두루 다니면서 살폈으되 상제께서 가르치신 곳이 아닌 듯하여 안면도(安眠島)에 옮기셨도다. 도주님을 반가이 맞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이곳 창기리(倉基里)의 이정률(李正律)이었도다. 도주께서 이 섬의 정당리(正當里) 느락골에 우일재(宇一齋)를 마련하고 이곳에서 공부를 하셨도다. 섬사람 三十여 명이 도주를 쫓으니 그중에서 이정률이 지극히 따랐도다. (교운 2장 9절)
교운 2장 8절과 9절은 도주님께서 1909년 봉천명(奉天命) 하신 후 9년 공부 끝에 1917년 정사년 귀국하시어 안면도에 오시게 된 과정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초기 종단의 태동으로 이어지는 이 역사적인 귀국을 도전님께서는 도동회국(渡東回國)이라 하셨는데 이번 답사에서는 ‘동쪽으로 강을 건너 고국으로 돌아옴’이라는 뜻을 지닌 도동회국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안면도(安眠島)
도주님께서 배로 귀국해서 처음 정착하신 곳은 안면도였다. 태풍으로 태안에 닿으셨지만 잠시 정박하시어 상제님께서 알려주신 곳인지를 확인하신 것이었고 최종 도착지는 안면도였던 것이다. 안면도에 도착하시기 전 태안에서 정박하신 곳은 천리포와 만리포로 판단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훈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안면도(安眠島)는 우리 도인들로서는 뜻이 깊은 곳이다. 도주님께서 봉천(奉天)에서 귀국하셔서 처음에 크게 편안하다는 뜻을 지닌 태안(泰安)에 닿으셨는데 천리포, 만리포를 거쳐 첫 발을 디디신 곳이 편안하게 쉰다는 뜻을 지닌 안면도이다. 나중에는 제민사업으로 간척공사와 염전을 이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생활의 안정(安定)을 주신 곳으로 안면도는 우리 도가 태동(胎動)한 곳이다. (무진년 8월 18일, 1988.9.28 도전님 훈시)
사실 천리포나 만리포는 그 규모로 볼 때는 천리, 만리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항구이지만 도주님께서 멀고 먼 만주로부터 천리, 만리 상제님을 찾아 나선 길에 거치신 포구라는 점에서 본다면 이곳이 이러한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도주님 도동회국의 남조선 뱃길이 천리, 만리의 길고 힘든 여정이었음을 그 지명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안면도는 편안할 안(安), 졸 면(眠) 즉 편안하게 자거나 존다는 뜻을 지닌 섬이다. 『강희자전(康熙字典)』에 따르면 안(安)은 편안하다·고요하다 등의 뜻이 있고, 면(眠)은 졸다·잔다 등의 뜻 외에 범조수지언식(凡鳥獸之偃息)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결국 안면(安眠)이란 곧 새와 짐승조차도 편히 쉴 수 있는 편안한 곳임을 나타낸 지명인 것이다. 그 지명까지도 진주이신 도주님이 진법을 세우시는 대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기 전 잠시 쉬는 곳으로 부족함이 없으니 상제님의 공사에 따른 물샐 틈 없는 천지도수의 신비함이라 할 것이다.
도주님의 구세제민은 국권이 피탈되었던 조선이라는 작은 한 나라의 독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고, 전 우주를 구제하시려는 상제님의 뜻을 받들고 성사시켜야 하는 일이었다. 이제 진인인 진주로서 진법을 세우고 대업(大業)을 세상에 펼치기 시작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도래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도주님께서는 천리 만리[천리포 만리포] 상제님을 찾아 크게[太] 편안하다[安]는 태안(太安)을 거쳐 새[조(鳥)]조차도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안면도(安眠島)로 가신 것이다.
더욱 신비한 것은 도주님께서 처음부터 도동회국의 종착지를 섬으로 하신 것이 아님에도 결국 섬이 종착지가 됨으로써 조선 후기 세상을 구할 진인(眞人)이 해도(海島)에 있다는 ‘해도진인’의 비결이 실현되었다는 것이다. 안면도(安眠島)가 원래 육지와 붙어 있어 섬(島)이 아닌 안면곶(安眠串)으로 불려졌지만 조선 인조(1623~1649) 때 삼남지역 세곡선(稅穀船)의 왕래를 돕기 위해 인공적으로 좁은 목을 절단하여 이로 인해 섬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 신비함을 더해준다.